[펌][왜냐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 정재영

종교 2015. 1. 1. 23:09 by 잔명

교직자에 대한 과세 결정이 또 뒷걸음치고 있다. 행정부, 입법부 모두가 종교계에 무슨 약점이 잡혀 있는 것도 아닐 터인데 눈치 보는 모양세가 딱하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면 그만큼 설득해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종교인 과세만큼은 전국민적으로 환영받고 있다. 왜인가? 세금 부과와 납부는 공평해야 하고 또 그 혜택이 납부자들에게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불교계, 가톨릭, 심지어 개신교 내에서도 찬성이 다수다. 그럼에도 소수의 부자교회를 위해서 법 집행이 머뭇거리고 갈지자로 걷고 있다. 연기를 하더라도 그 과정을 소상하게 밝혀서 국민들이 다시 판단하게 해야 함에도 지금의 상황은 과세 반대자들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토론회나 공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도덕군자인 양 호통치고 꾸짖으면서 결기를 드러냈는데 이들 부자 교직자 앞에만 서면 위풍이 사라지고 만다. 여론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사안을 두고 언제 행정부와 국회가 이렇게 소수 이해관계인들을 위해서 법 집행을 머뭇거린 적이 있었는가. 행여 이들이 공직자이기에 앞서 과세를 반대하는 교단의 신자들이어서라면 이는 범죄에 해당된다.


그리스도교의 창시자는 그의 추종자들에게 그들을 반대하는 로마가 이교국이었지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라고 명령하셨다. 받은 세금으로 자신의 제자들을 박해할 것임을 모르실 리가 없었을 터인데도 말이다. 절대자에게 바쳐야 할 것을 결코 세속에 바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 구분을 확실하게 해놓으신 것이다. 상대편에 속한 것을 가져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정언명령이다. 국가로부터의 특혜를 한국 개신교만큼 누리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그런데 수혜자인 한국 개신교는 가이사의 것도 하느님의 것도 취하기만 할 뿐 내놓기를 거부하고 있다. 가이사에게 속한 것은 세금이고 절대자에게 속한 것은, 신앙인들의 숭배와 양심에 따른 결정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양심적 병역거부다. 세금은 국가 영역 안에서만 한정되지만 사랑의 실천은 국민을, 국경을 초월한다. 한국민인 동시에 세계시민으로 전쟁과 폭력을 거부하는 것은 신앙인들에게는 당연한 일임에도 한국 개신교는 돈은 하느님께 받치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거부하고, 생명은 국가에 바쳐야 한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단의 짓거리로 폄훼한다. 가이사와 절대자 모두의 것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훔치고 있다. 진정 그들의 스승이 바리새인이 아니라면 변절일 뿐이다. 어찌 하는 일마다 경전의 가르침과는 다르게 가고 있는지 하늘나라에 계시는 스승을 위해서라도 한국 개신교에 드리운 위선의 장막은 사라져야 한다.


정재영 서울 중구 신당동

개신교의 교직자들에게 하느님이 돈과 생명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지 궁금하다.
절대자에게는 돈을, 국가에게는 생명을 무슨 논리인지 궁금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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